네티즌 플라자
제목 : 참으로 죄송합니다. 이름 : 남궁 석 게시일 : 2004/03/04 (목) PM 04:36:36 조회 : 273
참으로 죄송합니다.
남궁 석을 사랑했던 네티즌 여러분! 이 남궁 석 머리 숙여 사죄 드립니다. 지금은 그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루 아침에 돈 봉투를 돌리는 국회의원 후보가 되어 국민의 심판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 없지만 저는 이 모든 것을 받아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용서할 때까지 자숙하고 자중하겠습니다. 국회의원 후보와 모든 당직을 내 놓았습니다. 금년 5월이면 끝나는 국회의원직까지 내놓는 것은 다른 분들과의 상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저의 집사람을 사랑합니다. "보훈3단체에 들러 말을 들어 보니 너무 딱하고, 또 보훈단체에 준 기부금은 예외가 될 수 있다고 당직자들이 해석을 하여 죄가 되는 줄 몰랐다"는 것이 누워서 울고 있는 집사람의 답변입니다. 험악한 정치판에서 순진한 아마추어 정치인의 아내가 겪는 아픔이라고 오히려 위로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까지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훈3단체: 전몰군경미망인회용인지회(회장:박삼숙) 전몰군경유족회용인지회(회장:박천만) 상이군경회용인지회(회장:김형돈)
저는 개인적으로 복받은 인생을 살아 왔습니다. 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던 역경을 딛고, 서울에 와서 야간고등학교, 대학, 일류기업 사장, 장관, 국회의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한국을 정보통신 일등국가로 만들 수 있는 정책을 수립·실천한 때가 제 인생의 절정기였습니다.
거기서 끝내고 다시 기업으로 돌아 가고 싶었습니다. 정치권의 끈질긴 권유가 이유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치판에 온 것이 저의 실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역주의 극복과 깨끗한 정치를 지향하는 열린우리당을 만들면서 이것만이 미래를 여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순간에 속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사람들은 참으로 가소롭다고 저를 질타합니다. 그렇습니다. 그 소리 들어 싸다고 저 자신도 생각합니다.
미래를 여는 열정과 꿈은 새것이었지만, 몸과 무의식의 행위 속에는 과거의 관행이 내 안에도 묻어 있었다는 회한을 금할 길 없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저에게 꾸지람의 돌을 던진 모든 분들과 위로의 꽃을 던진 모든 분들께 오직 감사하고 사과할 따름입니다.
저는 우리 나라의 미래를 믿습니다.
태풍이 올 때 들판을 바라보면 완전히 무너지는 것 같지만 가을이 되면 다시 풍년의 벌판을 볼 수 있듯, 오늘 우리들의 이 혼란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들의 정치권도 보다 밝아지리라고 믿습니다.
조건 없이 저를 도와주었던 전국의 많은 후원자들, 기대와 신뢰를 보내 주셨던 용인의 어른들, 친지들, 학생들, 저와 함께 고락을 같이 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행정부 관리들, 저를 각별히 사랑하셨던 선후배 동료 국회의원 여러분들께 이렇게 인사하게 된 것을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용서를 빕니다.
제 나이를 계절에 비유하면 가을에 해당합니다. 더도 덜도 말고 제가 뿌린 것 만큼만 거두면서 조용히 고향으로 돌아 가겠습니다.
2004.3.4 국회의원 남 궁 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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