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남궁석장관님과 정보통신부
작성자 風雅
작성일 2009-02-23
조회수 25071
개인적으로, 남궁석장관님께서 쓰래기장같은 정치판에만 안들어가셨더라도 더 건강하게 오래 사셨을거란 생각입니다. 그러나 한편, 정보통신부장관으로서 대한민국의 IT산업 공헌의 업적은 길이 남을것입니다.

2008년 2MB정권 초기, 장관님의 전자신문 특별기고문과
2009년 갈팡질팡하는 IT산업관련기사를 옮겨 봅니다.



특별기고-남궁석 前 정통부 장관

2008-01-08


1999년 초로 기억된다. 과천의 정부청사에서 국무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당시 새 정부가 들어서고 1년 동안 미국계 컨설팅회사가 주축이 되어 연구한 정부조직법개편안이 국무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속에 정보통신부 해체안이 들어 있었다.

“이의 없습니까?” 대통령이 물었다. “이의 있습니다”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이던 본인이 나섰다.

“정보통신부 해체안은 3류안입니다. 정보통신부·문화부 같은 부서들이 미래의 새로운 경제부처입니다. 더욱 강화해야 될 시점에 폐지라는 건 말도 안됩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 안을 낸 사람들이 구시대 3류 지식인들입니다.”

당시 본인 발언의 대략이다. 그후 다시 청와대로 대통령을 찾아 뵙고 추가 설명을 드린 내용은 이보다 훨씬 강했다.

“1890년대 일어난 갑신정변이 왜 우정총국에서 시작되었을까요? 당시에도 세계 변화의 물결을 우정국이 가장 먼저 감지했다는 증거입니다. 정보통신부는 세계의 새로운 흐름,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창구입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잠시 심사숙고한 후 김종필 총리에게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시죠”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해서 살아난 정보통신부가 그 후 고속통신망을 구축하고 우리나라의 IT인프라를 세계 제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20주년 맞이하는 한컴, 2009년 산업사회에서 극단적인 발전을 이룩한 나라들, 예를 들면 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이 정보화사회로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에 한 발 뒤지는 이유는 산업사회 엘리트들이 아직도 미래 산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도 그 함정에 빠지려는 순간에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당시 산업자원부장관의 독백이 생각난다. “정보통신부를 산업자원부의 하나의 국으로 통합했으면 좋겠는데…”이것이 한국의 산업화시대를 리드했던 재경부·산자부 엘리트들의 생각일 수 있다. 그러나 솔직이 말해서 그 쪽에는 전문가가 없다. 정보통신 부문을 공부한 석·박사, 각종 학회, 대학 교수 등 수 만명이 정보통신부와 그 산하에 진을 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분리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는데 정보통신부의 정책 수행기능은 이제 시작이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금까지 방송은 권력을 수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IPTV시대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수 만개의 TV가 명멸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 갈 것이다. 거기에 정책이 있어야 하고 수단이 있어야 한다. 수 많은 신산업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정책기능을 꼭 일원화하는 것이 선은 아니다. 정책의 일원화는 때로 독선과 무책임을 수반할 수 있다. 하나의 정책을 두 개 정도의 부처에서 분담하여 경쟁케 함으로써 효율을 더욱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인수위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어떻게 융합시켜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제시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이다.

남 궁 석 전 정보통신부 장관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IT 컨트롤 타워 확립 절실

2009-02-23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 IT 정책 기조는 ‘IT 기능 분리, 산업부문별로 내재화’로 표현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이미 ‘IT 코리아 넘버원’이라는 명성을 얻을 만큼 한국 IT 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IT 사령탑 역할을 한 정보통신부를 해체한 것도, 이미 세계 최고인 상황에서 더 이상 IT 정책만을 위한 부처는 필요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정부가 기대했던 대로 IT는 기존 산업·경제·생활 등과의 융합 구조 속으로 스며들면서, 방송통신위원회·지식경제부·행정안전부·국토해양부·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앞다퉈 IT에 기반을 둔 다양한 정책을 쏟아 냈다. 방통위는 방송통신 융합산업, 지경부는 IT 활용산업 및 연구개발(R&D) 일체, 행안부는 보안과 정보보호 일부, 국토부는 u시티·공간정보산업, 문화부는 디지털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열정을 보였다.

열정과 현실에는 괴리가 있었다. 모든 부처가 IT를 이야기하지만, IT와 기존산업(업무)의 융합 정책은 부처 고유업무에 묻혀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와는 반대로 과거 영역 다툼이 치열했던 분야에서는 여전히 자신들의 권한 밑에 두기 위한 밥그릇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20주년 맞이하는 한컴, 2009년 정보통신진흥기금 운용 방식 변경을 놓고 벌이는 지경부와 방통위, 방송통신콘텐츠 진흥 주체에 대한 방통위와 문화부의 갈등이 그 예다. 산업육성을 위한 R&D 지원과 관련해서도 지경부가 관리권을 쥐고 있으나, 타 부처 시각에서는 규제와 진흥을 병행해야 하는 정책 특성을 살리지 못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책에 기초한 관련 기술 및 장비 등의 R&D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 구조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현상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IT 인프라 강국에서, IT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진정한 IT 강국으로’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관된 목표 아래 서비스·인프라·기기·플랫폼·콘텐츠 등 분야별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각 부처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관리 조직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현 체계에서는 누구도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 구조에서는 어느 부처도 세계 IT의 흐름을 주시하며 미래를 제대로 예측해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능력·시간·조직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IT 분야의 첫 청사진은 행정안전부가 발표했다.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IT 컨트롤타워와 미래전략 부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던 와중이어서 정부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IT 총괄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행안부는 이명박 정부의 첫 IT 계획이자 중장기 비전인 ‘국가정보화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타 부처의 계획을 짜깁기해 발표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도 그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출범 1주년을 지나며 ‘IT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역풍’이 현실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 실제 권한까지 부여하는 IT 컨트롤타워의 신설 또는 지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